[스크랩] Re:귀농하기 위한 부동산 구입은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실제 사례입니다.
저희 선배들 몇몇 분은 몇 년 전에 귀농을 하였습니다.
나름 흙집과 자급자족 친환경 농업에 꿈이 있었고,
소로우나 스콧 니어링을 비롯한 철학자들에 영향을 받아 귀농을 한 사람들입니다.
저도 그 중, 하나...
저희는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정착을 하려고 3년째 살아가고 있고요.
근데, 저희 선배들은 마을 사람들과는 좀 떨어진 산 가까운 곳에 흙집을 짓고 삽니다.
마을 사람들과 떨어진 호젓한 산속에 있는 흙집은 얼마나 매력적인지...
갈 때마다 부럽고, 그들의 호젓하고 소박한 삶이 부러웠습니다.
그야말로 자급자족에 그림 같은...
그러나, 겨울엔 너무나 비참합니다.
일단 흙집이라는게 너무너무 추운겁니다.
바깥이나 안이나 똑같습니다.
이 흙집은 2년 동안 계속 보강공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춥습니다.
계곡물을 끌어다 쓰는데, 계곡물이 얼어서 이제는 물도 안 나와
계곡까지 가서 물을 길어다 쓰고, 빨래도 못하고 있습니다.
4월이나 되어야 물이 나올 겁니다.
작년에도 그랬거든요.
이 분의 실수는 향을 간과했다는 겁니다.
해가 뜨는 남동쪽이 산으로 막혀 있습니다.
9시, 10시가 지나야 해가 들어옵니다.
그러니 계곡물도 빨리 얼고, 늦게 녹죠.
게다가 주위에 농토도 없습니다.
산지라 농토가 부족해서, 살 수도 빌릴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타지역까지 가서 농토를 빌려 농사를 짓는 수고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땅값이 싸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후회, 엄청 하고 있는데, 팔 수도 없고...너무 고생하고 삽니다.
길도 안 좋습니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이 개인소유인데, 함부로 콘크리트를 깔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눈이 오면 차가 못 올라가서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집을 비우려면 아이들을 빈집에 두기가 그래서
아이들까지 다 데리고 나옵니다.
귀농하면 쉽게 정착하고, 쉽게 집을 짓고, 땅이야 널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땅을 볼 때는 반드시 '해'가 얼마나 일찍 뜨고, 일찌 지는가를 봐야 합니다.
저희도 누가 공짜로 농사 지으라고 해서 밭농사를 짓고 있는ㄷ
왜 공짜로 줬는지 알겠더라구요.
겉보기에는 땅도 넓고 평평하고, 경치도 좋고 엄청 좋습니다.
처음에 이 땅을 보고, 너무 좋아서 땅 주인이 땅을 팔면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결정적으로 남동쪽이 산입니다.
이른 해를 보기가 힘듭니다.
작물이 안됩니다.
아침 해를 일찍 보는 것이 작물에 엄청 중요한 거 같습니다.
두 해째 농사를 지어보니, 이 땅을 사지 않았다는게 너무 감사하고
공짜니까 짓지, 도지라도 내라고 하면 농사 안 짓습니다.
그 다음엔 길입니다.
맹지, 길없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는 집 짓기도, 농사 짓기도 엄청 까다롭습니다.
땅 주인이 지나가지 못하게 하면 그 땅은 사용하기 엄청 곤란합니다.
물도 중요하죠. 주변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있는지
물이 너무 많이 나는 땅은 아닌지...
3년째 살면서 이런거 저런거 보면서 땅을 보니 땅이라고 다 땅이 아니더라구요.
집이라고 다 집이 아니구요.
우리 동네는 북향 집이 몇 채 있는데, 그런 집들은 여름엔 얼마나 덥고
겨울엔 얼마나 추운지... 하루에 30분 밖에 해가 안 들어 엄청 고생하는 귀농자 있습니다.
겨울엔 그야말로 인간의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집은 남향 집인데, 건너편 북향 집들을 보노라면
아침 10시가 되었는데도 그곳은 그늘이 져 있다니까요.
급하게 땅 사고, 집 사면 안될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 이사 가고 싶어도 이사도 못가고, 꼼짝없이 고생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우리 선배 보면 불쌍해 죽겠습니다.
이번에 어느 섬에 갔더니, 10억 들여서 농장 만들어 놓은 귀농자 부부가
땅 하고, 집하고 다 버리고 떠난 곳을 보여줍디다.
땅도 넓고, 집도 크게 잘 지어놨더만...
귀농한 부부가 살기엔 너무나 힘들었겠더라구요.
그것도 은퇴한 귀농자라던데...
저희도 이제 내년이면 귀농인의 집인 이 집에서 나가야 합니다.
어디든 집을 해결해서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이라 고민이 되는데
이제는 선뜻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지더라구요
시골살이,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다시 도시생활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서 어떻게든 시골살이에 정착을 하려 합니다.
귀농한 지, 얼마 안되었을때, 동네 어르신이 땅을 하나 소개했습니다.
보기엔 정말 좋았습니다.
마을과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고...
그렇다고 산길도 아니고, 평지이고, 버스도 다니고...
사고 싶어 안달을 했죠.
근데, 1년을 지내면서 그 땅을 계속 관찰해보니
그 밭도 남동쪽으로 소나무 숲이 있습니다.
그 소나무 숲은 문중 땅이라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습니다.
여름에 가면 소나무 숲은 멋있고 시원하고 좋으나
그 주변엔 농작물이 하나도 안되고 있었고
겨울엔 11시, 12시가 되어도 땅의 절반이 해가 안들더라구요.
이것저것 따져보니 살 수가 없어서 안 샀습니다.
근데, 그 땅을 젊은 귀농자가 사고 싶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사실을 얘기해줬죠
제 말을 믿지를 않더라구요.
위치가 워낙 좋거든요.
그러더니, 내 말을 듣고 이것저것 살펴봤는지 그 사람도 결국 사지 않았습니다.
귀농자들에게 이런 땅을 소개해 주는 사람들, 솔직히 욕 나옵니다.
그렇다고 싸게 파는 것도 아니고... 그런 땅은 사실 쓸모없는 땅 아닙니까?
해가 안 들면, 버섯 같은거 해도 된다고 하는데
솔직히 해를 가릴 수는 있지만 해를 들게 하기는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 젊은 귀농자는 계속 땅을 알아보러 다니고
여기저기 땅을 소개받기도 하는데, 소개 받았다고 하는 땅 보면
북향이라던가, 토목공사비가 엄청 들어가는 산지라든가...
결국은 깊은 산골에, 진짜 깊은 산골에
사과와 감이 엄청 많이 있는 농장을 비싼 값에 얻었습니다.
1년 살고, 겨울이 되자마자 도망치듯...
진짜 필요한 것만 챙겨서 면소재지로 이사 나왔습니다.
돈 받았냐고요?
돈 당연히 못 받았죠.
모르죠, 봄이 되면 다시 올라갈지...